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계단에서 굴러 사망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상태로 죽어있을까요.
제목만 보면 (Bite Me, 나를 물어라?) 곤충이나 짐승이 물어뜯은 변사체 사건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아내가 사고를 당했다는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과학수사대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계단 위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피를 많이 흘려 사망한 듯한 피해자가 머리를 위로 하고 계단에 반듯하게 누워있으니까요.
검시관인 필립스가 1년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는 사람 수가 총기 오발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두 배나 많다는 통계를 들이댈 때, 그리섬 반장은 락 발라드의 고전으로 알려진 영국 가수, 레드 제플린(Red Zeppelin)의 노래,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 'Oh, it really makes me wonder(오, 놀랍기도 하지.)'라는 후렴구를 중얼거렸을까요.
현장의 피로 보듯 로빈스 박사님은 이 여성의 사망원인을 찢긴 상처에서 피를 많이 흘렸기(exsanguination, 외출혈 또는 내출혈에 의해 혈액이 과도하게 소실되는 것)때문이라고 말 합니다. 사소한 폭행사건에서부터 살인사건까지 현장에는 항상 피의 흔적(혈흔. 血痕)이 남고, 다른 증거물에 비해 이 혈흔만큼 사건 당시의 상황을 명확히 암시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혈액은 인체 전신에 퍼져 있는 혈관에 흐르고 있어 신체 어느 부위든 손상을 받게 되면 즉시 외부로 흘러나옵니다.
사람은 전체 혈액량(성인남자의 경우 평균 몸무게 1kg당 60ml)의 3분의 1이 소실되면 위험하게 되고, 절반 이상 소실하면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노출된 혈액은 곧 응고현상을 보이며 건조상태로 변합니다.
유동액 상태의 경우는 혈액이라고 하지만 일단 응고되고 건조된 상태로 변하면 혈흔이라고 표현합니다.
범죄사건에서 피는 주로 혈액이 아닌 혈흔의 상태로 현장주변, 또는 물체에 부착이 됩니다.
'CSI 과학수사대'의 고정 시청자라면 우리의 주인공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우선 혈흔의 위치, 배열 상태, 형상 등을 육안으로 관찰해서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 동맥혈인지 코피인지 출혈부위를 추정하고, 출혈 부위에서 부착물체까지의 거리, 혈흔의 경과시간, 부착된 혈흔에 의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 그리고 정지 혹은 이동시의 혈흔인지, 위에서 떨어졌느냐, 혹은 어떻게 흩뿌려졌느냐 등을 추정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이동 혈흔이니 낙하 혈흔이 어떤 모양일지 이름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이죠.
그 추정을 증명하기 위해 입으로 케첩을 품어대는 그리섬 반장에게 캐서린은 감자튀김이 필요하냐고 묻는데, 환상의 2인조 아닙니까. ㅋㅋ.
그런데 우연치고는 이상합니다.
남편의 전처도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정말 '계단 연쇄살인 사건'일까요?
(번역 작가 이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