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이번 620화는 특히 눈과 귀가 즐거운 에피소드였을 텐데요. 소피아 형사와 새라가 ‘하이 데프’라는 래퍼를 찾아간 호텔에서, ‘스니치(Snitch)'라는 곡을 부르던 두 흑인 래퍼, 유난히 노래나 몸놀림이 자연스럽지 않던가요?
힙합 팬이시라면 얼굴을 알아보고 놀라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그 두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에미넴 (Eminem)의 메가 히트곡 ‘위다웃 미(Without me)’에 참여하기도 했던 래퍼 ‘오비 트라이스’ (Obie Trice) 였구요. 그 옆에 있던 사람 또한 같이 ‘스니치(Snitch)'를 부른 래퍼 ‘에이콘(Akon)’이었답니다. CSI에 워낙 좋은 노래들이 많이 깔리긴 하지만 가수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른 경우는 처음이라 귀는 물론 눈까지 즐거우셨을 겁니다.
드라마 제일 마지막 부분, 브래스 경감과 닉 앞으로 ‘달러’가 보낸 신사복 한 벌 씩이 도착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미국 동부 랩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제이 지 (Jay-Z) 가 부른 ‘파핀 택(Poppin' Tag)' 이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 원제랑 같은 제목이죠.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래퍼 제이 지 (Jay-Z)는 10월 20일, ‘데스티니즈 차일드(Destiny's Child)’ 출신의 가수로도 유명한 여자 친구 ‘비욘세 놀즈’와 함께 공연 차 내한하기도 했었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CSI 마이애미 2시즌 22회 폭로 (Rapsheet)라는 에피소드를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래퍼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8 마일(8 mile)’ 같은 영화를 보면, 랩 가사를 놓고 동료 래퍼들 간에 벌어지는 전쟁 수준의 경쟁이나, 가사로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디스(diss)’, 그리고 랩 배틀 같은 내용이 빠지지 않는데요.
이 번 에피소드에서 ‘하이 데프’와 ‘달러’ 사이를 얘기하면서 그렉이 예로 드는 전설적인 래퍼 ‘비기(Biggie Smalls)’와 투팍(2Pac)도 그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살아 생전 서로를 비방하는 랩으로 유명했던 래퍼들이죠. 결국 두 사람 모두 1년의 차이를 두고 나란히 세상을 떴는데요. 한 때 친한 친구였던 투팍(2Pac) 과 노토리어스 B.I.G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비기(Biggie Smalls)가 서로 앙숙 사이가 된 것도, 1996년 투팍이 라스 베이거스에서 총을 맞고 숨진 것도, 모두 투팍이 비기의 애인을 가로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구요.
두 사람을 이간질한 사람이, 드라마 중에서 잠시 달러가 언급하기도 했던 퍼프 대디 (디디)라는 설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 투팍이 아직 살아 있다는 설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어떤 음악 장르보다도 구구절절 얽힌 사연이 많은 게 랩이고, 래퍼들 간의 사이나 뒷 얘기를 알고 들으면 더 재미도 있는 게 랩인 것을 보면, 랩이라는 장르야 말로 가장 가감 없이 현실을 반영하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죽은 지 10년이 흘렀는데도,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투팍을 보면, 왜 전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도 같구요.
※ 옥에 티
총기실의 바비 도슨이 범행에 쓰인 총은 H&K 사에서 제조한 MP5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드라마 첫 부분을 유심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첫 장면에서 야자수 위에 있는 피해자를 노리던 총신의 강선은 10조 우선이었는데요. H&K 사의 MP5의 강선은 10조 우선이 아니라 6조 우선이라는군요.
(번역작가 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