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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타임 오브 유어 데스(Time of Your Death)'는 1989년에 결성된 미국의 3인조 네오펑크 밴드 “그린 데이(Green Day)”의 노래 “타임 오브 유어 라이프 (Time of Your Life)”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그렉과 새라를 만난 호텔 주차요원이 인용한 영화 “페리스의 해방(Ferris Bueller's Day Off)은 식민지 독립이나, 탈옥수의 해방을 떠올리게 하는 거창한 영화제목과는 달리 80년대 유쾌한 하이틴 코미디물 이었는데요.

이제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역의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의 남편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매튜 브로데릭’이 학교를 하루 땡땡이치고 벌이는 엉뚱한 모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주인공들을 살펴보니 영화 <더티 댄싱>에서 ‘패트릭 스웨이즈’의 연인 ‘베이비’, 로 출연했던 ‘제니퍼 그레이’의 이름도 보이네요. 그 무렵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특히 와 닿았을, 추억의 영화입니다.

사흘 밤낮을 꼬박 비디오 분석하느라 엉덩이 감각마저 없어져 버린 가엾은 아치가 반장님께 책 좀 더 읽으라는 핀잔을 듣는 장면에서 그리섬이 인용한 “모비딕(Moby Dick)”은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의 작품입니다.

우리 말로 "백경(白鯨)"이라고도 번역됐던 이 소설은 머리가 흰 고래 ‘모비딕’ 에게 다리 하나를 잃은 포경선의 선장 ‘에이헵’이 그 고래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끊임없는 항해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태평양에서 모비딕을 만난 에이헵은 사흘 간의 사투 끝에 작살을 명중시키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 고래에 이끌려 바다 속에 빠져 최후를 맞죠.

그리섬이 모비딕 얘기를 꺼내는 것은, 거금의 판돈을 건 데이빗 킴이라는 한국인을 고래(whale)에 비유했기 때문입니다. 도박에서 큰돈을 거는 사람을 다른 말로는 high-roller 라고도 하지요. 그 “고래”를 잡으러 간 자리에서 듣게 되는 그리섬 반장님의 제법 분명한 한국어 발음도 인상적입니다.

“환상은 혼자 조용히 간직할 때 환상인 거지.(I think fantasies are best kept private.)" 라는 그리섬 반장님의 말은 차마 말로 하지 못 하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한 환상이 있다는 수줍은 고백성사처럼 들립니다.

6시즌 첫 에피소드 “죽은 자를 위하여 (Bodies in Motion)”에서 워릭이 티나에게 청혼했다는 말을 듣고 “환상은, 이루어질 거란 희망이 있을 때 아름다운 거야. 그 희망이 없다면, 기분 거지같지. (You know the thing that makes a fantasy great is the possibility that it might come true. And when you lose that possibility it just kinda sucks.)” 라고 말하던 캐서린의 현실적인 환상론과는 대조적이죠. 모였던 요원들이 하나 둘 나가고, 둘만 남은 자리에서 그리섬과 새라가 주고받는 눈빛이 의미심장합니다.

(번역작가 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