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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중에 베스트 셀러 소설을 영화화 하거나 아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 허다한데요. 악전고투 끝에 인간승리를 일구어내는 감동의 휴먼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범죄에, 기상천외하고 위트 만발한 만화 같은 이야기까지, 서로 필연적으로 모방하게 돼 있는 게 예술과 현실 사이인가 봅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천재소녀 한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라스 베이거스에는 ‘샘의 아들 법 (Son Of Sam Law)’ 이 없으니까”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을 출간해 돈을 벌겠다던 대사 기억하시죠?

이 법은 1970년대, ‘샘의 아들’ (Son Of Sam), 혹은 44구경 살해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데이빗 리차드 버코위츠’ 라는 사람 때문에 뉴욕에서 생겼다고 하는데요. 6명을 살해하고 수 십 명을 다치게 한 그에게 여러 출판사가 그 범죄 얘기를 책으로 내는 대가로 거액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처음 제정된 법이랍니다.

범죄 얘기를 책이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금하는 이 법은, 만약 그런 행위가 이루어 질 경우 그로 인한 수익금을 주(州)에서 전부 몰수해서 피해자의 가족들을 위한 보상으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라는데요.

미국 40여개 주에서 발효 중이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충격적인 소재 찾기에 급급한 출판사나 영화사들이 헌법 상의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네요. 라스 베이거스에서는 한나의 말대로 이 법이 위헌 판정을 받아서 범죄 이야기의 출판이 자유롭게 됐구요. 오늘 사건의 피해자로 나오는 ‘스테이시’라는 이름은 데이빗 리차드 버코위츠가 마지막으로 죽인 피살자 이름 중 하나더군요.

선 오브 샘 (Son Of Sam)이라는 별명은 범인이 사건 현장 근처에 남긴 편지에서 자신이 샘이라는 사람의 아들, 이라고 밝힌 데서 비롯한 별명이라고 합니다.

죽은 스테이시의 남자친구가 차 안에서 스테이시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회상할 때 나오는 노래는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의 '섬데이 유 윌 비 러브드 (Someday You Will Be Loved)' 라는 곡입니다.

스테이시의 남자친구 스캇에게 드레스를 선물 받고 파티에 간 ‘한나’가 조명 아래서 창피를 당할 때 흘러나오는 곡은 ‘더 서브웨이즈 (The Subways)’의 ‘락 앤 롤 퀸(Rock& Roll Queen)'이라는 곡이었구요.

드라마 초반, 검사가 증인으로 나온 한나에게 질문하던 방식이 약간 생소하시죠?

미국의 사법제도에는 검찰이나 피고측에서 내세운 증인이 자신들의 변론에 오히려 불리한 증언을 할 때, 판사의 판단에 따라 그 증인을 자신들에게 적대적 증인(hostile witness)이라 규정할 수 있답니다.

그 경우, 증인을 내세운 측에서는 원래 법정에선 불가능한 질문법인 유도심문 (leading question)을 통해 증인의 발언을 제한하고, 재판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데요. 검사 제프리가 “그날 집에 단 둘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6시에서 10시 사이에 같이 있지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죠?” 라고 질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질문에 한나가 네, 아니오 로 밖에 답할 수 없었던 것도, 한나가 말론을 범인으로 지목한 검찰에 적대적 증인 (hostile witness )이기 때문이었답니다.

(번역작가 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