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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면서 CSI는 제목도 참 잘 짓는다 싶은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두 가지 사건을 아우르는 단어를 쓰면서도, 두 단어의 조합이 한 사건에 대한 상징을 담고,
또 다른 사건에는 표면적이 뜻이 되는 탁월한 조어가 대부분입니다.

이 번 에피소드 원제 'Dog Eat Dog'은 인정사정없이 다투는, 이란 뜻입니다.
이혼을 앞두고 키우던 개 한 마리까지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툼을 벌이는 부부의 치열한 싸움을 이르는 말이죠.
이 제목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 에피소드의 모티브로 골든 리트리버라는 '개(DOG)'가 쓰였다는 점,
또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피살자가 핫도그(hotDOG)를 너무 많이 먹어(EAT) 죽음에 이른다는 점까지
포괄하는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핫도그(hotDOG)와 '개(DOG)'라는 모티브를 살리고, 두 부부의 치열한 다툼을 떠오르게 할 제목이 없나 생각하다가 우리 영화제목 '개같은 날의 오후'가 떠올라서 부제로 잡았습니다.


AFN에서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하여 빨리 먹기를 시연해 보이는 재미교포 이선경 씨를 본 적이 있는데요.
165cm 정도의 키에 45kg이라는 왜소한 체격으로 각종 먹기 대회 우승을 휩쓴 그녀는 먹기 대회에서 중요한 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 내에 얼마나 "빨리"먹느냐 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에피소드처럼 살이 찌고 덩치가 큰 것 보다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하루에 두 끼를 먹으며 훈련을 한다고 하는데요.
부단한 훈련과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우승이라니,
먹기 대회도 명실상부한 스포츠라고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핫도그 제조사를 알아내기 위해 라스 베이거스에서 파는 모든 핫도그 소시지를 사 들고 들어온 그렉이 소시지 분석을 하는 동안 나오는 노래는 미국의 유명한 백인 래퍼 에미넴의 '빅 위니(Big Weenie)'란 곡입니다. 드라마 중 먹기 대회 승자에게 돌아가는 상패인 '골든 위니(Golden Weenie)’와도 일맥상통하는 재미있는 선곡이죠.
제리의 먹기 대회 회상 장면에 흐르는 곡은 영국의 세계적인 테크노그룹 '프로디지(Prodigy)'가 부르는 '베이비스 갓 어 템퍼 (Baby's got a temper)'라는 곡이구요.



사망 시각을 묻는 그리섬의 질문에 필립스가 '간온도를 보면' 2시간 쯤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시반이나 시체 경직도 등과 함께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한 방법으로 몸의 온도를 재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로 온도가 안정적인 간이나 직장의 온도를 재는데요.
10-12인치 정도 길이의 온도계를 간 아래, 혹은 간 속으로 찔러 넣어 온도를 잰다고 합니다.
시체 온도는 사망 후 처음 6-8시간 까지는 대략 1시간에 섭씨 1.8도씩 하강하고, 그 이후론 체온 감소율이 점점 떨어져서 주위의 온도랑 같아지는 순간까지 떨어진다고 하네요.

사람의 평균 체온을 36.5°C에서 37°C 사이로 보면 필립스가 본 시체의 온도는 대략 33°C~33.5°C 사이였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체의 온도를 통한 사망시각 추정은 불가능하다, 할 만큼 어렵다는데요.
죽은 사람의 비만 정도와 출혈 정도, 시체 발견 지점이나, 입은 옷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서 매우 민감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시체의 온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간 온도를 재던 필립스와는 달리,
실제로 검시관들은 현장에선 주위 온도 (ambient temperature)를 재고,
간 온도는 부검실에서 잰다고 하네요.

(번역 작가 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