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35) 미국방식은 왜 수신이 잘 안되나요?
방송 방식(표준)은 크게 영상정보에 관한 기술과, 음향정보에 관한 기술, 그리고 이들 정보를 포장하여 각 가정에 전송하는 기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전송기술입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땅이 넓으므로 주거환경이 우리 나라에 비해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영화 등 영상콘텐츠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위성이나 케이블방송에서 많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유료입니다. 또한 미국은 시청자의 80% 이상이 케이블을 통해서 방송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러한 문화적 정서 때문에 DTV의 목표를 "안방극장" 실현에 무게를 많이 두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DTV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난시청과 같은 수신상태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편 유럽은 DTV 전환을 하면서 아날로그방송이 가지고 있었던 난시청 문제를 해소하며 이동수신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출발했습니다. 영국은 디지털방송의 성공여부가 디지털TV 셋탑박스의 신속한 보급에 있다고 보고 시청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현재 TV를 수신하는 비용의 20% 이상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DTV 수신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고가의 고화질서비스보다는 저가의 표준화질을 서비스 모델로 설정한 것입니다. 이것을 일부 미국방식 옹호론자들은 "유럽방식이 고화질이 안된다"고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98년 11월부터 실제로 방송을 해 보니 산이나 언덕, 빌딩과 같은 장애물이 많은 지역(주로 대도시)에서는 수신이 제대로 안되는 난시청 지역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이를 다중경로 장애라고 합니다) 더구나 실내 수신은 더욱 수신율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실제상황(real world)에서 실험을 해 보았는데 미국방식의 전송기술인 8-VSB가 그 원인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아날로그 방송은 수신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화면이 완전히 안나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디지털에서는 화면이 나오면 아주 잘나오지만, 안나오면 아예 안나오는 경우(Cliff effect)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Q36)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미국방식을 선택했나요?
정통부의 주장은 미국방식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과 유사하여 디지털로의 전환이 쉽고 여러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미국방식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고화질 방송(HDTV)을 하기 위해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97년 4월에서 9월까지 실무전문가들이 5차례의 회의와 1회의 공청회를 거쳐 표준을 결정했고 97년 11월에 공식으로 발표했는데, 당시 정통부는 "양방식간 비교시험 후에 결정하자"는 방송사를 비롯한 실무전문가들의 주장에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유럽방식도 고화질 방송이 가능하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업체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하였고, 그 뒤 이렇다할 비교시험도 없었답니다.
지금까지 호주, 브라질, 미국 등 국토가 넓은 나라부터 싱가포르, 홍콩처럼 작은 도시국가까지 비교시험을 실시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대만이 비교시험 후에 98년에 표준으로 채택한 미국방식을 철회하고 유럽방식으로 돌아선 바 있습니다.
Q37) 미국방식이 우리나라에 부적합하다는데 ... 그 이유는?
앞서 말 한대로 미국방식은 지형조건이 나쁘거나 도시와 같이 많은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다중경로(multi-path)에 취약하기 때문에 잘 수신이 되지 않습니다. 산악이 많은 일본은 일찌감치 유럽방식을 들여다가, 자국 상황에 맞춰 개량 중에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전 국토가 산악(산, 구릉, 언덕)지형이 많고, 인구의 70%가량이 빌딩과 같은 수신 장애물이 많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도 난시청이 심한데, 이 때문에 각 방송사들이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0년 동안 무던히 애를 썼으나 우리 나라의 지형조건이 워낙 열악하여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난시청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시청료를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난시청은 "자연지형에 의해 발생된 자연적 난시청만 인정"되므로 건물에 의한 "인위적 난시청"은 법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 난시청을 겪는 국민들(주로 도시지역 거주자)은 시청료는 시청료대로 내고, 덤으로 화면이 잘나오게 하기 위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되지요. 이 부담이 연간 3~4000억원 정도 되니까 엄청난 비용입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비용부담이 계속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