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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통신] 반갑다 저어새야!
반갑다 저어새야!

요즈음은 장마철이다 보니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바깥을 바라보는게 일이다. 비가 오려는지 말른지. 오늘은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햇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웬일인가 싶다. 오늘 꿈에 그리던 강화도 북단 민통선 지역에 있는 저어새 번식지 석도와 비도를 들어가기로 하였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 강화군청 행정선을 타기 위해 강화 외포리 포구로 가니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흐르고 시야는 더할나위 없이 맑다.

이윽고 문화재청 저어새 모니터 요원인 이기섭 박사가 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 올해 한국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번식지를 모니터 해온 박사는 故 교원대학교 김 수일 교수를 이어 본격적으로 저어새를 연구하는 전문 연구원이다. 이 박사의 말에 의하면 올해는 저어새가 석도보다는 비도에서 훨씬 많이 번식해 석도에서는 10 여 쌍이 비도에서는 70 여 쌍이 번식하였다고 한다.

지난 1999년 ‘저어새의 꿈’을 제작할 당시는 주로 석도에서 번식하였고 비도에서는 한 쌍도 번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비도에서 많이 번식하였다고 하니 그만큼 번식 여건이 많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아침 9시 30분 강화 외포리에서 출항한 강화 군청 행정선은 거침없이 항해 해 외항으로 빠져나와 석도를 향해 달린다. 날씨가 맑아 멀리 있는 섬들이 잘 보인다.

얼마를 달려오다 보니 저 멀리 해군 경비정이 지키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옆으로 민간인 어로저지선임을 알리는 노란 부표를 보니 이곳이 바로 북한과의 접경 지역임을 알 수 있겠다. 그 반대편으로는 새로운 저어새 번식지로 알려진 함박도가 보인다. 그러나 이 섬은 NLL 선상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함박도 옆으로 석도가 보이고 그 뒤로 연평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연평도가 보일 정도면 그만큼 시야가 무척 좋다는 것이다.

좌 우 두 개의 섬으로 나누어진 석도에 가까이 다가가자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가 낯선 배가 접근함을 경고하기 위해서인가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섬이 떠나갈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니 지난 1999년 ‘저어새의 꿈’을 제작하기 위해 지금은 고인이 된 故 김 수일 교수와 이곳에 온 기억이 삼삼하게 떠오른다. 저어새 연구에 남다른 심혈을 기울였는데... 게다가 멸종된 種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 황새에 이어 올해부터는 따오기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국내에서의 種 복원 사업을 하려다 그만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아 저 세상으로 올라가신 것이다. 이 나라에서 할 일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는데...고인도 살아 이곳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때도 이곳에 들어오려면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천연기념물을 관장하는 문화재청에서 저어새 번식기 때 번식지 출입을 철저히 규제하기 때문이다. 행정선 선원 얘기로는 이곳에 오기가 독도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배 위에서라도 저어새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햐얀 괭이갈매기 떼와 까만 민물 가마우지 떼 사이로 저어새 몇 마리가 보인다. 그 중에 두어 쌍은 아직도 풀 속에서 포란을 하고 있다. 시기가 늦은 걸 보면 1차 번식에 실패 해 2차 번식을 시도하고 있는 녀석인가 보다. 석도 주변에 잠시 머물렀다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는 비도를 향해 달려간다. 비도 역시 두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만히 보니 저어새는 두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비도에 가까이 접근해 보니 역시 하얀 괭이갈매기 떼와 민물 가마우지 떼가 목청껏 소리 내어 운다. 섬 상단 가마우지 떼가 많은 곳에 역시 하얀 저어새들도 떼 지어 앉아 있다. 저어새가 이렇게 많이 번식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이미 알에서 깨어나 거의 어미만큼이나 커 버린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고개를 아래위로 내저으며 어미를 쫓아다닌다. 그런데 어미가 좀처럼 먹이를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새끼가 독립할 때가 다 되었나 보다. 그 와중에서 두 쌍 정도는 아직도 알을 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녀석들도 1차 번식에 실패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