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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통신] 산양, 칠성부대장님의 명받고 나타나다!!
산양, 칠성부대장님의 명받고 나타나다!!

한 경계작전과 더불어 휘하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군무를 마치고 제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중에 병사들를 만날때마다 자연에 관심을 갖고 생활해 주기를 부탁한다는 사단장님의 얘기를 들으며 자상한 어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국토 방위의 막중한 임무를 끝마치는 날 산과 들에 핀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천진난만하게 자랑하신다.

얼마 전에는 북한강 오작교 위에 있는 철책선 초소를 순시하다가 자신을 뻔히 쳐다보며 도망가지 않던 산양을 만난 얘기를 신나게 해준다. "그래! 내일은 당장 그곳으로 가 산양을 촬영해야지" 하는 마음을 도사리며 이런저런 자연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좋은 님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지루하지 않고 쉬 간다고 했던가. 긴 여름의 마지막 밤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 날 오작교 위 초소를 올라가자니 아래에서 보면 그렇게 가파보이지 않는데 막상 올라보니 숨도 차고 다리가 만만치 않다. 오르는 도중 몇번이나 쉬다 가다 초소에 도착하니 땀이 흔건하게 베어난다.

이곳에 산양이 나타나다니....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늦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운 듯 붙잡으려는 매미들의 울음 소리만 요란하다.

그런데 오후 4시쯤 되었을까 초소 밑 철책선 바깥에 있는 바위 위에 산양 한 마리가 신선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어제 만난 사단장님이 MBC 촬영 팀에게 네 모습을 보이도록 하라고 명령이나 한 듯이.

'단결!! 오작교 위 소초에서 살고 있는 저, 산양은 칠성부대장님의 명 받들어 2006년 9월 1일 부로 이 바위에 나타날 것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 합니다. 단결!!

이어서 돌아가는 카메라 감독의 카메라 속에 풀 뜯는 녀석의 모습이 차곡차곡 찍혀가고 있었다. 병사들도 이 험한 곳을 하루에 두 세차례 오르 내릴려면 참 고생이 많겠지만 저 산속에 산양 같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면 비록 바위 투성이 철책이 둘려쳐진 산이지만 살아있다는 느낌과 함께 저 산을 지키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뿐만 아니라 자연을 좋아하는 칠성부대 부대장님도 똑같이 느끼리라 확신한다.

자연을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사단장님 넘 고맙습니다.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