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통신] 성재산성을 오르다
성재산성을 오르다.
철원을 굳게 지키고 있는 백골부대 관할 민통선 내 철책선 바로 옆 성재산에는 옛날 삼국시대 때 축조되었다가 통일시대, 고려, 조선 시대까지 내려오면서 이용했었다는 산성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城山城.
지금은 오랜 세월 속에 성벽이 무너져 내려 주변에 성을 쌓았던 돌이 흩어져 널려 있고 성벽 일부분만 남아 있어 아! 이곳에 성이 있었구나 알 정도이다. 지금은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있지만 덩그라니 그 사실을 알 정도의 입긴판만 세워져 있다. 일반인들은 출입을 할 수 없는 민통선 지역인 관계로 아무도 이곳을 다녀간 흔적이 보이지 않고 온갖 잡풀들만 서로 제 모습을 자랑이나 하려는 듯 빼곡이 자라있다.
남아 있는 성벽을 보려 잡풀을 헤치며 무너져 내린 성벽돌을 밟으며 내려가는데 일부분만 남아 있는 성벽 중간에 돌 사이의 구멍에 둥지를 틀고 사는 말벌이 갑자기 나타난 제작 팀을 향해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을 하겠다는듯이 날개를 마구 퍼득이며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그 날개 소리가 마치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으로 나뉘어 각축을 하던 때 이 성을 뺏고 뺏기는 전투를 벌이며 내지르던 병사들의 함성소리처럼 들리는 듯 하다. 신라 천년의 영화도 만주를 무대로 강대했던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고려도, 왕도정치의 모범을 보여주겠다던 조선도 저 무너져 내린 성벽처럼 사라져 갔고 급기야는 제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동족 상잔의 비극까지 생기고야 말았다.
이제 그 비극의 총성이 멈춘지 어언 50 여 년이 지났건만 국토는 두 조각으로 분단된 채 '아직도 정전 중'이라는 어정쩡한 협정하에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오늘도 긴장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