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통신] 향로봉에서 에델바이스 발견!!
향로봉에서 에델바이스 발견!!
향로봉에서 말로만 듣던 에델바이스(우리나라명 '솜다래') 를 보게된 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봄에도 웬만해서는 보지도 못할 온갖 야생화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설악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없는 솜다래를 보게 되다니....
전방에 일찍 찾아온 추위에 깊숙히 쳐박아 두었던 야전잠바를 꺼내 입고 차의 히티를 켜는 둥 부산을 떨며 몇 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짙게 깔아 앉은 안개를 헤치며 운해를 촬영하려 새벽같이 오를 때만 해도 이런 감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향로봉 산신령이 오늘도 또 안 도와 주는군" 체념하다시피 정상에 올랐는데 에그머니 저게 무었이길래 짙은 안개 속에서 하얗게 손을 흔들지?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구절초 군락이다. 그 옆에는 보라색 투구꽃과 연한 옥색의 금강초롱이 안개에 젖어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그리고 여름내내 그 붉은 기운을 자랑했을 것 같던 산오이풀이 쉬 찾아온 가을 추위에 제 모습을 유지하고 서 있기가 힘든 듯 분홍빛으로 바랜 모습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거린다.
한떼의 병사들이 진지 보수 작업을 하러 작업 도구를 들고 지나가는데 인솔하는 중대장에게 "혹시 저 너머에서 에델바이스를 보지 못했나요?" 물어보니 "네? 생각치도 못한 질문에 중대장이 당황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다 '애델바이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요" 중대장이 무안한 듯 병사들을 재촉해 서둘러 산너머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능선에 구축된 호를 따라 구절초들이 하얗게, 산오이풀이 바랜 분홍빛으로 하늘거리고 그 너머로 안개가 걷히는 듯하면 저 멀리 아득히 늘어진 능선이 보였다가 휘몰아 감기면 잿빛 장막이 눈앞을 가린다. 그러다가 안개만으로는 이방인을 쫓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후두둑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때 향로봉대대 정훈장교가 "이게 무슨꽃이지요" 하고 물어본다. 앗! 그건 바로 우리 팀이 몽매간에 찾으려던 에델바이스가 아니던가. 그렇지만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가늘던 빗방울이 차츰차츰 거세게 떨어진다. 재빨리 에델바이스를 카메라에 담아 철수하다. "고맙습니다, 향로봉 산신령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