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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요란스럽게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밖은 아직 컴컴하다. 7시나 되어야 날이 밝아올 것 같다. 우리 팀의 쿠커인 크리스티안이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아침 식사라야 삶은 감자에 생오이 몇 쪽,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밥이 전부다. 삶은 감자 몇 쪽씩 먹고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밥에다 고추장 비벼 먹고 아침을 때우다. 이거 먹고 저 먼 산을 오를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돈이 있어도 시장이 가까워야 장을 맘대로 보지, 게다가 배타고 하루 종일 걸려서라도 키고마까지 나가려 해도 배가 일주일에 한 번만 운행되고 게다가 승객이 없으면 승객이 있을 때까지 순연되니 답답할 지경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부식이라고 조금 가져온 건 다르에스살람에서 키고마까지 다른 짐과 같이 차편으로 운반하느라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그림의 떡이다.

 

 어쨌든 침팬지를 찾으러 아침에 삶은 감자를 싸서 배낭에 지고 침팬지 촬영 안내원인 올란도와 같이 침팬지가 서식하고 있는 산으로 오르다. 올라가는 도중에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살았던 쿵구웨 족이 쓰던 멧돌과 옹기를 발견하다.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살았었으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에 모두들 국립공원 밖으로 이주해 나갔다.

 

 완만한 경사지를 지나 경사가 제법 되는 언덕을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 가량 올라가는데 올란도가 앉아서 쉬고 있으면 자기가 침팬지 있는 곳을 찾아보고 오겠다고 해 나무에 기대어 한 30분 정도 앉아서 땀을 식히며 기다리니 올란도가 돌아왔는데 침팬지 소리가 안 드린다며 영 힘이 없는 얼굴이다.

 

 다시 키보코(하마)라 불리는 더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침팬지가 내는 소리를 확인하느라 한 30분 정도 앉아 기다려도 침팬지 소리가 영 들리지 않는다. 올란도 얘기로는 모두들 먹이를 찾으러 건너편에 보이는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갔는데 한번 올라가면 보통 3일 정도 머문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곳이 높기도 하려니와 주변이 낭떠러지라 위험해서 올라갈 수 없다며 오늘은 일단 숙소로 철수한 후 내일 다른 곳을 찾아보겠다고 해 오늘은 촬영 첫 날이고 해서 무리하지 말고 이정도 둘러보고 내일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 밤에 끊어진 샤워 물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쿡인 크리스티안에게 물어보니 호수 물을 끌어들이려면 발전기와 양수기가 있어야하는데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발전기와 양수기를 배에다 싣고 와야 하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른다는 대답이다.

 

 그래 와야 오는 거지, 이 또한 아프리카 狀況이로다. 차라리 우리가 호수가로 나가 씻고 오는 게 맘 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