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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상 후 어제 작성한 침팬지통신을 위성인터넷으로 연결해 Wildlife 블로그에 올리는데 왜 이렇게 느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인내력 테스트하는 건지 이곳에서 인터넷 올리다간 성질 버리기 꼭 알맞겠다 싶다. 위성인터넷도 아프리카 상황에 적응하느라 그러는가.

 

 어렵사리 침팬지통신을 올리고 아침 식사 후 올란도를 앞세워 산에 오르다. 지난번에 촬영하던 녀석들이 어디로 이동해 갔는지 통 알 수가 없으니 처음부터 훑으며 다시 찾는 수밖에 없다.  녀석들이 쉽사리 “나 예 있으니 어디 한번 찍어 볼텨,” 하며 나타나줄 리 만무고. 산과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녀석들이 내지르는 소리를 들어보려고 해도 통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올라가는데 침팬지들이 따 먹고 내뱉은 워치가 길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이고 어디선가 침팬지 우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올란도 얘기로는 본 그룹에서 떨어진 2~3마리 정도가 내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이 산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으니 본 그룹을 찾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데로 아무리 올라가 봐도 통 녀석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지난번에는 우리들이 처음 촬영 나와 녀석들이 예의상 제 모습들을 보여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정성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뿔싸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하늘에 갑자기 해가 사라지고 우중충 해지는 게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이곳 최고봉인 응킁구웨峰을 올려다보니 검은 구름이 빠르게 덮이기 시작하다가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기는 다 지나갔는데 이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침팬지들이 애먹이더니 하늘도 덩달아 시련을 주는가보다. 부랴부랴 배낭에 카메라 챙겨 넣고 숙소로 철수하다. 한참 정신없이 올란도를 따라가는데 올란도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선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말로만 듣던 猛?蛇 Green Snake가 풀 위에서 우리를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다. 언뜻 보면 풀 위에 가느다란 초록색 빨랫줄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차 잘못 밟았다가 물리면 응급조치고 뭐고 손 쓸 새도 없이 10초 내로 저승으로 간다는 그 초록뱀이다.

 

 세렝게티 촬영 때 현지인들이 사자보다 무서워하던 Green Snake을 이곳에서 볼 줄이야. 올란도도 지나갈 생각을 않고 녀석이 움직이길 멀찍이서 기다린다. 염 기원이 녀석을 촬영하려 가까이 다가가니 화들짝 말리는 바람에 멀찍이 떨어져서 줌으로 댕겨 촬영하다. 한참이나 우리를 노려보던 초록뱀이 스르르 미끄러져 풀숲으로 사라진 다음에야 일행은 귀가 길을 재촉하다.

 

 주룩주룩 한번 내리는 비는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이더니 숙소에 다 와서야 우리를 약 올리려는 듯이 뚝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난다. 샤워를 하고 비에 젖은 옷을 물에 헹구어 널면서 앞으로 이곳에서 수없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거니 하고 담담하게 넘기기로 맘을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