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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레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침팬지들에겐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침팬지들이 먹을 과일이 죄다 떨어져 바닥에서 썩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 위로 올라간 침팬지들이 아래로 영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리가 촬영을 접기로 한 바로 전날 통 보이지 않던 침팬지들이 숙소 근처에 있는 카시하 강 계곡 근처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아꼬가 그녀의 남매 자식들과 같이 쉬고 있는 숲으로 게꾸로 할머니가 바피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최 PD : 어! 웬일이세요. 요즈음 통 볼 수 없어서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

게꾸로 : 이 사람아 궁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라네. 그런데 이 근처에 먹을 게

           있어야 내려오지.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먹는 과일이 일롬보라는 건데

           죄다 너무 익어서 바닥으로 떨어져 썩어가고 있으니 참

최 PD :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이곳에 나타났어요?

게꾸로 : 오늘이 자네들 마지막 촬영 날이라며. 그래서 작별 인사라도 할 겸

           이렇게 내려온 거지. 아카디아 엄마한데 같이 가지고 부추겼지.

최 PD : 그렇잖아도 아꼬 아줌마를 그 동안 통 보질 못해서 오늘은 혹 볼 수

           있을까 잔뜩 기대를 걸고 왔는데 딱 마주쳤지 뭐예요.
           그리고 할머니가 은근히 다가와서 아꼬 아줌마랑 털 고르기까지 해주고.
           고마워요.

게꾸로 : 고맙긴 뭘. 이제 자네들 촬영 마치고 돌아가면 무슨 재미로 지낼까

            걱정이야. 하여튼 최 PD 덕분에 그 동안 재미있었네.
            그리고 거기 촬영하는 양반 그 무거운 카메라 들고 우리 쫓아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네.
최 PD :  할머니 만수무강 하세요. 마음 같아선 바나나, 파인애플 같이

            좋아하는 과일을 잔뜩 사다 드리고 싶었는데....

게꾸로 : 아이고 이곳에서는 인간들이 우리들한테 먹을 거 주면 절대로

           안 된다네. 마음으로라도 기쁘게 받은 거로 생각함세.

           모두들 안녕히 잘들 돌아가게나.



 작별 인사를 마친 게꾸로 할머니와 바피는 이들이 이곳에 내려오면 늘 쉬는 곳인
습지대에서 다른 침팬지들이 찾는 소리에 화답을 하곤 아꼬와 남매 자식들과 같이 서둘러 습지대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