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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PD : 할머니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예요?

게꾸로 : 지난번 파투마가 부시벅 새끼 사냥 했을 때 고기 맛도 못 봤고 불쌍한
           서민이 고기 대신 먹을 게 무엇이 있겠나. 개미나 핥아 먹어야지 뭐.

최 PD : 아! 예. 그런데 할머니 개미사냥 끝내주게 하는데요.

게꾸로 : 이게 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가르쳐 준 덕일세. 그러니까 야생동물
           들은 제 어미로부터 어떤 것을 먹으면 되고 어떤 것을 먹으면 안 된다든
           지  피해야 할 천적은 누군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을 배워야 하는데
          제 어미가 없으면 이런 걸 누구한테 배우겠어. 그러니까 야생에서 어미  
          없는 새끼는 제 명대로 못 살수밖에 없는 거지.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
          가  이렇게 나뭇가지를 잘라서 개미구멍에 넣었다가 잠시 기다리면 개미들
          이 붙어 나오는 걸 핥아먹는 것을 보고 옆에서 보면서 배운 거지.

          에구구 저 바피 좀 봐 개미사냥이 잘 안되니까 아예 개미들이 다니는
          나무 기둥에 팔을 대 팔에 올라붙은 개미를 떼어먹는 것 좀 보게나.

          언제나 제대로 사냥해 먹을까 모르겠네. 쯔쯔쯔

최 PD :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잘 해나가겠죠 뭘.

게꾸로 : 어린 나이에 제 어미 잃은 걸 손주 삼아 여태 보살펴 왔는데 혼자 놔두고
            눈이나 제대로 감을지 모르겠네.

           그런데 저기 저 젊은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언가 무거운 걸 들고
            오는데 저건 무언가?

최 PD : 아! 저거요 망원렌즈라는 건데요. 이렇게 할머니랑 바피가 개미 사냥하는
           것을 더 크게 잘 촬영하려고 조연출이 숙소까지 뛰어가서 가지고 온겁니다.
           전 할머니가 이 망원렌즈를 가져오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요. 이 렌즈를 가져올 때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개미사냥 하는 걸 보여 주여 정말 고맙습니다.

게꾸로 : 나야 뭐 내 양이 찰 때까지 개미를 잡아먹은 것뿐이지. 고맙단 인사는
            저 젊은이에게 해야 할 걸세. 이 더운데 숙소까지 뛰어갔다 왔으니 좀 힘
            들었겠나.

최 PD : 네에 할머니.



 일주일 후에도 게꾸로 할머니와 바피는 숲 속이 아닌 산 능선에 서 있는 고목나무 에 나란히 매달려 개미 사냥을 하였는데 뒤 배경으로 마할레 산과 숲이 널찍이 보여 준비해 간 망원렌즈와 와이드렌즈로 시원하게 다양한 영상을 촬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