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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로 45살이면 아직 팔팔할 때지만 침팬지 나이가 45살이라면 인간으로 치면 거의 폐경기에 가까운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다 늦둥이를 났는지 45살 먹은 우에꾸로는 자기 딸 바피을 애지중지 잘도 데리고 다닌다.

 
 우리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Nomad Special Camp 옆에 있는 크고 오래된 이코코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으러 우에꾸로 모녀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갔을 때는 이미 열매를 다 따먹고 나무밑 그늘에서 자기 딸과 쉬고 있는 중이었다.

 

 딸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오르락 내리락 장난을 치고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늙은 엄마는 아이가 다칠새라 손을 뻗어 안았다가 낑낑거리고 빠져나가려는 아이를 끝내 못 이기고 놓아주는 실랑이를 하다가 천천히 일어나 근처에 있는 탕가니카 호수가로 내려간다.

 
 아이도 엄마 뒤를 졸졸 따라내려가 물가에 다다르자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겁나는지 바위 밑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을 바라보다 파도가 밀려가면 얼른 내려가 물을 먹고 파도가 오기전에 낼름 바위에서 비껴난다. 엄마는 옆에서 바위에 낀 염분을 핥아먹는데 아이도 엄마가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같이 핥아먹는다.

 
 물과 염분을 다 먹었는지 엄마는 아이를 부르더니 덤불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간다. 침팬지들은 평상시 다니는 길이지만 이들을 따라가는 우리들은 죽을 맛이다. 팔은 덤불 가지에 찢기고 머리는 난장판이 되고.

 
 딸과 같이 숲속에 있는 미감보 나무에 올라가 마치 아카시아 잎과 같이 생긴 나뭇잎을 한웅큼 따 입에 넣더니 우물우물 씹어 나뭇잎 진액만 빼먹고 찌꺼기는 뱉어버린다. 한참 이 가지 저 가지 돌아다니며 진액을 빨아먹다가 엄마는 피곤했던지 나뭇가지를 주섬주섬 모아 쉴자리를 만들더니 그 위에 누워 쉬고 딸 바피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나뭇잎을 잔뜩 씹고 뱉어버린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에꾸로가 부시시 일어나고 한참 나뭇잎을 따먹던 바피가 엄마한테 가자 딸을 살포시 꼭 껴안는다. “엄마 쉬는 동안 잘 지냈니? 점심도 많이 먹구? 사랑스런 내 딸아!” 하듯이 한참 그렇게 모녀간에 긴 포옹을 하더니 침팬지들이 상호간의 동료애와 우애, 친근감을 표시하는 털고르기를 한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참 털고르기 해 준후 나무 아래로 내려와 마치 미리 찜해놓은 듯 다른 덩굴 숲으로 들어가 청포도 같은 열매를 맺는 피카스 나무 위로 올라간다. 우에꼬로는 열매를 한웅큼 따서 바닥으로 내려와 먹고 바피는 나무 가지에 앉아 잘도 따먹는다. 시간은 이미 2시가 훨씬 넘어 배는 고픈데 두 녀석이 열매를 맛있게 따먹는 모습을 보니 배에서는 꼬로록 소리가 연신 나고 침도 고인다.

 

에이! 저 녀석들 마냥 피카스나무 위로 올라가 열매나 따 먹을까 봐. 아니지 고픈 배를 달래려 애꿎은 맹물만 들이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