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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산을 내려오다 접지른 다리가 괜찮은 것 같아 게스트 하우스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오는데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더니 얼마쯤 걷고 나니 다시 시큰거려 와 이런 상태로는 산에 올라가기에는 무리인 것 갈 같다. 그리고 오늘도 무거운 카메라 짐을 지고 기약 없이 침팬지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염 기원과 조연출 임 채원이 올란도를 따라 올라가 침팬지를 찾아보고 일단 찾으면 무전 연락을 하라하고 셋이서 침팬지를 찾으러 먼저 올려 보내다..

 
 그런데 올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전이 오기를 근처에서 침팬지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따라가 보니 과연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숯 속에 한 떼의 침팬지가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녀석들을 만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려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렇게 쉽게 마주치다니 웬일인가 싶다.

 
 침팬지들이 ‘우우’ 특유의 소리를 지르면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고 큰 소리를 지르고 난리다. 올란도에게 물어보니 65마리 정도의 ‘M'커뮤니티로 불리는 무리인데 『알루프』라 불리는 리더가 이끌고 있다고 한다. 게 중에는 새끼를 거느린 어미도 있어 우리 팀을 경계하는지 어미는 새끼와 같이 주로 땅바닥으로 걸어 다니지 나무 위로 올라오지를 않는다.

 
 어떤 침팬지들은 길 위에 앉아 털 고르기를 하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사바 플로리다나무 열매는 침팬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데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관계로 줄기를 뜯어 줄기안의 연한 부분을 갉아먹기도 하고 산피에라 카펜시스란 일종의 야생 머루 같은 열매를 따 먹고 그 씨앗 뭉치를 워치라고 하는데 한입 모아 뱉어낸다. 침팬지들이 이렇게 한 장소에서 20~30분 정도 먹고 쉬다가 “우우, 우우” 한바탕 소리를 질러 서로 신호를 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해 간다.

 
 그런데 침팬지들이 우리 팀을 그렇게 민감하게 경계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도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고무적이다. 올란도는 침팬지들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주 드믄 일인데 오늘 우리 팀이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처음 침팬지를 만나 촬영한 것 치고는 꽤 쏠쏠한 수확을 한 셈인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나무가 우거진 밀림이라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컴컴하고 또 침팬지들이 시커멓기 때문에 영상이 뚜렷하게 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술 밥에 어디 배부르랴 앞으로 질리도록 두고두고 촬영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또 녀석들이 연출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잡을 수 있으리라 위안을 삼고 숙소로 철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