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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촬영 때 카시하 강 계곡 상류에 있는 폭포 주변에 단풍이 예쁘게 들어 이곳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어떻게 변 했나 그 폭포로 가보니 단풍은 온데간데없고 낙엽이 되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계절 변화를 보여주기에 아주 적절한 풍경변화라 1차 때와 똑같은 샷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게꾸로 할머니가 침팬지  몇 마리와 같이 근처 산을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최 PD : 앗! 우리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이리로 오나요?

게꾸로 : 자네들을 보러 온 게 아니고 이 강 주변에 우리가 먹을 게 있어서
            핌 몰래 동네 아주머니하고 애기들 데리고 오는 길이네.

최 PD : 먹을 거라뇨. 이 근처에는 침팬지들이 먹을 만한 과일나무가 없던데.....

게꾸로 : 저기 동네 아주머니들이 먹는 것을 잘 보라구.

최 PD : 글쎄요, 바위틈에 엎드려서 무언가 핥아 먹는 것 같은데 혹시 물 마시러
           온 거 아니예요?

게꾸로 : 물론 물도 마시긴 하지만 바위 밑에 살   고 있는 벌레들하고 개미들을
            핥아먹고 있는 중이라네. 그리고 돌에 긴 이끼며 염분을 핥아먹고 
            있는 거지.

최 PD : 그렇군요. 자세히 보니 벌레들하고 개미들이 돌아다니네요.
           아주 맛있게  핥아 먹고 있는데요. 그런데 바피는 웬 나뭇잎을 따 먹는데요.

게꾸로 : 이것들도 꼴에 동물성 단백질이라고 이거 먹을 때도 나뭇잎하고
            같이 먹는다네.

           그런데 저기 핌이 소리 지르며 달려오는 걸 보니 오늘도 또 한바탕
           난리를 피울 것 같으니 자네들도 조심하게나.

최 PD : 그렇잖아도 며칠 전에 핌이 내던진 나무 기둥에 맞아 얼굴을 크게
           다칠뻔 했는걸요.

게꾸로 : 그건 무슨 소리야.

최 P D : 알로푸 때 서열 2위였던 보노보가 나무 위에서 열매를 따먹는 장면을
            촬영하느라 나무 건너편에 앉아 있었는데 느닷없이 핌이 부러진 나무
            기둥을 들고 소리치며 나타나 제게 곧장 달려오는 것 아니겠어요.
            처음에는 겁도 났지만 설마 사람한테는 안 던지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바로 제 앞으로 오더니 그 무거운 나무 기둥을 힘껏 던지고 가버리는데
            그 순간 두발로 막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얼굴이 작살났을 거예요.

            그런데 핌은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저 난리를 죽인데요?

게꾸로 : 핌 저 녀석이 알로푸에게 도전해서 정권을 뺐은 지가 얼마 안 되어
            완전한 대장이라 하기에는 맘이 안 놓이는 거지 그러니까 매일매일
            저 난리를 쳐 자기가 대장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심뽀지.
            어렸을 적부터  저 녀석이 남과 싸우기를 좋아하기도 했었구.

            특히 前 대장이었던 알로푸와 서열 2위였던 보노보를 주로 견제한다네
           자칫 방심하면 알로푸가 다른 수컷들과 모의해서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도
            있으니까.

최 PD : 그래요?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게꾸로 : 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침팬지 사회에서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네



 소리를 지르며 달려 온 핌이 이곳은 강물이 흐르는 계곡이라 부러진 나무 기둥이 없는 관계로 나무 기둥 대신 강바닥에 널려 있는 돌을 집어 던지고는 산 위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