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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고마로 나가는 날, 어제 밤부터 우리가 떠나는 것이 아쉬운지 탕가니카 호수도 밤새 울어댔는데 새벽에 호수가로 나가보니 마치 폭풍이라도 불어오듯이 파도가 높이 일고 그 소리가 거칠다.

 

6월 초까지 비가 많 내릴 때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파도가 높이 치는 것 같다. 혹시 이러다가 배가 못나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덜컥 든다. 이윽고 배가 도착했다고 해 짐을 들고 호수가로 나가보니 파도가 심해 배를 평소에 정박하는 곳에 대지 못하고 그냥 호수가에 가까이 대놓고 짐을 물에 빠져 나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배에 탈 사람들도 신을 벗고 옷을 걷어 올린 후 물속을 걸어가 탈 수 밖에 없다.

 

마지막 나가는 날까지 시련을 겪는데 거친 파도에 배가 낙엽처럼 출렁거린다. 숙소에서 약 5Km 정도 떨어진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 가 이곳에다 맡길 짐을 내린   후 다시 출발하다. 관리사무소가 점점 멀어지고 바다 같이 넓은 호수를 두개의 스크류가 돌아가는 쾌속선은 굉음을 울리며 배 뒤로 긴 하?h 포말을 지으며 힘차게 달린다. 그런데 배멀미를 하지 않던 염기원이 생전 처음으로 멀미 땜에 죽겠다고 정신 못차리고 카메라맨 전 상우도 끙끙대며 난리다.

 

간단하게 야채를 사러 가는 콩고 난민촌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간이 병원이 있는 무감보 마을이 멀리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가끔가다 출렁거리는 물결에 나뭇잎 같이 흔들리는 2인용짜리 조그마한 고기잡이배가 물에 가리앉을 것만 같다.  

 

옆을 지나며 잡은 고기를 보여달라고 신호을 하면 어부들이 자랑스러운 듯이  잡은 고기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데 햇살에 하얀 비늘이 번쩍거리고 크기가 엄청나 대략 70~80Cm 정도나 될까. 그 큰 고기에 배가 갈라앉을 것 같다.

 

수다쟁이 도고는 배 뒷전에 앉아 연신 떠들어댄다. 크리스티안은 물끄러미 바라다 보다 가끔 껴들고 방년 17살 나이어린 Tracker 삼은 오랜만에 돌아가는 집 생각을 하는지 수평선만 바라보며 도도의 수다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듯 하다.

 

언제 키고마에 도착하려나 했는데 저 멀리 언덕이 보이기 시작하고 돛단배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그 중에는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도 있다. 드디어 힐탑 호텔 전용 부두에 배가 도착하여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호텔로 가 여장을 풀고 오후 5시에 늦은 점심을 먹다.

 

크리스티안과 도고는 키고마 포구가 있는 곳으로 조금 더 가 여인숙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빅토리아 호수가 있는 므완자로 떠나 일박을 한후 다시 케냐의 나이로비로 가 하루를 더 잔 다음 아루샤로 갈 예정이다.

 

두 달만에 키고마로 돌아오니 꿈만 같다. 실제 우리가 마할레 그 험한 산을 돌아다니며 침팬지를 촬영하고 왔었는지 실감이 통 안 난다. 두 달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나도 모르게 두 눈이 감겨 저녁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