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알로푸가 최고 권좌에 오른지 5년이 되었지만 권력 서열 4위인 Primus가 집요하게 그 자리를 노리기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 이 녀석들을 보았을 때는 권력 서열 상위 5위에 드는 수컷들이 최고 권력자인 알로푸를 선두로 다정하게 일렬로 앉아 털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사실은 이 순간에도 Primus는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드디어 반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 동안 수컷들이 키보코 너머 산 위에서 머물고 있을 때 키보코 이쪽에서 수컷들을 피해 암컷 어미들이 새끼들를 키우고 있을 때는 숲이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새끼들이 보여주는 재롱에 한껏 웃을 수가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 동안 안보였던 수컷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Primus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난리법석이 일어나고 말았다.

 

알로푸로부터 5년 전에 권좌에서 내몰린 후 혼자 숲속을 외롭게 살아왔던 전 리더 파나나가 알로푸와 정성스럽게 털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녀석들이 오랜 숙원을 풀고 이제는 평화를 유지하나 싶었는데 잠시 후에 일어난 사태를 보면서 이것도 알로푸의 교묘한 以夷制夷를 위한 노림수란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즉 권력 서열 4위인 Primus가 자기자리를 차지하려고 집요하게 도전할 때마다 권력 서열 2위인 힘센 Bonobo가 방패막이가 되어 Primus를 제압해 권력을 유지해 왔는데 어쩐 일인지 사흘 전부터 Bonobo가 보이지 않자 불안한 알로푸가 급한 김에 자기가 몰아낸 전 리더인 파나나와 화해를 하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거였다.

 

한편 권력서열 3위인 Pim과 다른 수컷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Primus가 요 며칠간 Bonobo가 보이지 않자 이 틈을 타 알로푸를  전격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침팬지들의 쿠데타라라고 해봐야 인간들처럼 총칼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가는 그런 살벌한 살륙전이 아니라 서로 나무가지를 부러뜨리고 발로 땅을 구르거나 나무를 차며 괴성을 내지르는 과시행동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오늘 이 둘간의 격돌은 자기를 보위해주던 Bonobo도 없는 판에 숫적인 열세를 보인 알로푸가 해보나 마나한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한때는 Community를 좌지우지했던 최고권력자였던 알로푸가 그냥 그렇게 쉽게 물러설 수 없었던지 나무를 불끈 움켜쥐고 괴성을 내지르며 거칠게 저항을 하고 자기와 연합한 전 리더 파나나가 좌충우돌 거품을 내뿜으며 싸움을 이끈 덕분에 절대적인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알로푸는 쿠데타를 막아낸 것이다.

 

그 다음날 제 땅의 한가운데에서 알로푸와 파나나가 서로 정성스럽게 털고르기를 해주는 모습이 보이고 쿠데타를 주도했던 PrimuIs와 Pim은 보이지 않은 채 다른 수컷들과 새끼를 거느린 암컷들이 마치 이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려는 듯 그렁그렁 소리를 내며 곁에 다가가 머물다가 뿔뿔히 숲으로 흩어져 서로들 다정하고 평화스럽게 털고르기를 해준다.

 

알로푸의 뛰어난 힘과 지략으로 마할레 M 왕국에 한 동안 별 큰 변동이 일어날 건 같지 않은데 글쎄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있듯이 언젠가는 그도 절대 권력을 내어줄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