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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PD : 할머니 어제는 잘 주무셨어요? ...., 어 왜 대답이 없어요. 어디 불편하세요?

게꾸로 : 아니 그런 게 아니구. 세상에 늙으면 죽어야지.

최 PD : 아니 무슨 일이 있었길레 그렇게 심기가 불편하세요?

게꾸로 : 저기 보이는 핌 엄마 파투마 있잖아. 저 노친네가 나보다 한 살 어린

         동년배에다 같이 늙어가는 처진데 글쎄 저 노친네가 어제 영양의 일종인
        부시 벅 새끼를 사냥 했잖우. 그 나이에 근력도 좋아. 그 빠른 놈을
        어떻게 사냥 했나 몰라

최 PD : 맞아요 그래서 저희들도 열심히 촬영했잖아요.

게꾸로 : 오랜만에 고기 한 점 얻어먹어 보려고 부시벅 새끼를 틀어쥐고 앉아 있는
           저 노친네 맞은편 나무에 앉아서 불쌍하게 쳐다보고 있어도 눈길 한번 
          안주고 혼자 다 먹어 버리데. 그래 이럴 수 있는 거야?

최 PD : 맞은편에 있지 말고 나무 아래에 있지 그랬어요. 밑에 있던 녀석들은 그래도
           고기 몇 점 흘린 거 하고 뼈다귀는 주워 먹던데...

게꾸로 : 아이고 말도 마시요. 저 흉측하게 생긴 핌 녀석하고 서열 높은 수컷들이
           어디 그 밑에 가게나 놔둡디까. 소리소리 질러대며 내쫓는데 이 늙은이가
           어디 그 자리에 어디 낄 수나 있겄소.

최 PD : 그런데 파투마 할머니 당신 코앞에서 입맛 다시며 쳐다보고 있던
           자기 아들 핌한테도 고기 한 점 안주던데요.

게꾸로 : 그게 다 우리 침팬지들이 사는 방식이지. 제가 사냥한 것은 제가 먹는다.
           그거지. 오랜만에 고가 맛 좀 보려나 했는데 이제 늙어서 고기 맛도 잊어
           버리게 생겼어.

최 PD : 그런데 어제 파투마 할머니 고기 먹을 때 보니 옆에 있는 나뭇잎 뜯어서
           같이 먹던데....

게꾸로 : 아, 그건... 인간들도 삼겹살 같은 고기 먹을 때 상추에다 싸 먹잖우.
           그거랑 마찬가지 이치지 뭘. 그리고 설사 날 때나 속이 더부룩할 땐
           흰개미집 마른 진흙을 뜯어 먹는다네.

          지난 번 1차 촬영 때 알로푸가 핌하고 싸워 대장에서 밀려날 때 흰개미
          집을 뜯어먹는 거 촬영했다며. 용하긴 용해. 그때 알로푸 저 녀석 속이 좀
          불편 했겠어. 하기야 5년 동안 집권했던 권력을 딴 녀석한테 빼앗겨
          버렸으니 자네 같으면 어떻겠나.

최 PD :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죠 뭐. 이제 손에 쥔 未忘을 놓아버렸으니 여기 이
          아름다운 마할레 풍광을 즐기며 살면 좋을 것 같은데....

게꾸로 : 그게 어디 말 같이 쉬울까. 휴 오늘은 왜 이렇게 피곤한가 모르겠네.



말을 마친 게꾸로 할머니는 바피를 등에 태우고 터벅터벅 칸시아나 계곡 위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