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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의 발전기 기사 겸 촬영 장비 포터로 일하는 도고는 한때 킬리만자로에서 가이드로 일하기도 해 산에 오를 때면 과히 날아다닌다고 해도 그렇게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또한 맥가이버 같은 손재주를 가진 재간꾼이라 일단 어느 고장난 장비든 그의 손을 거치기만 하면 말끔이 고쳐지는데 원래는 자동차 수리공이라 한다.

 

 이 도고가 맡은 또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그건 부식을 사러 키고마로 나갔다 돌아오는거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임무냐고 힐난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일단 키고마까지 나갔다 오는데만 무려 6~7 일 이나   걸리는데 한번 나갔다 오면 그 건장한 도고도 힘이 쭉 빠져 맥을 못춘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타는 여행사 쾌속선을 타면 5~6시간 정도 걸리는 뱃길이건만 빠른 대신 뱃삯이 너무 비싼 관계로 이 배를 탈 엄두를 못낸다. 키고마까지 지나가는 마을마다 손님들이 있으면 섰다 태우는 예전의 우리나라 시골 완행버스 같은 배가 일 주일에 한 편이 있는데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출발해 수요일에 돌아온다.

 

 그런데 이 배가 우리 숙소 있는 곳에서는 정박를 하지 않는 관계로 토요일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배를 얻어 타고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마할레 국립공원 관리사무실이 있는 마을로 가 그 곳 Guest House에서 자고 다음날 타고 나간다. 배에 사정이 생겨 일요일에 도착하지 않으면 하루 더 자고 월요일에 도착하는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키고마에 가서는 시장에서 생수와 야채 과일, 밀가루 쌀, 생선통조림, 소시지, 잼, 커피 케찹 등과 현지인들이 우갈리라는 음식을 해먹는 녹말가루 등을 사고 여인숙에서 묵은 후 수요일 아침에 이 배를 타고 돌아오는데 밤 1시나 2시에 도착하면 역시 Guest House에서 자고 아침에 지나다니는 마을 배를 얻어 타고 오는 멀고도 긴 여정이다. 이것도 날씨가 좋아야 제대로 오는거지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는 날에는 배가 뜰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도고가 키고마 갔다가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날은 부식 창고가 갖가지 부식으로 채워지는 뿌듯해지는 날이다. 또한 이 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딱 한번 맛 볼 수 있는 즐거운 날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고기를 냉동 보관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날 그 시커먼 도고가 유달리 이뻐 보이는 것은 유독 나뿐만 아닐 것이다.